빨강머리앤이 하는말

 

 

나는 어릴 때 빨강머리 앤을 좋아했다. 앤의 상상력이 좋았고, 훈남 길버트가 좋았다. 저자는 정말 힘든 시절 각박한 현실에서도 항상 좋은 것을 상상해내는 앤을 보며 위로 받았다고 한다. 이 책은 빨강머리앤의 성장을 지켜보며 어른이 된 작가가 알게 된 것을 적어놓았다.  수다쟁이 앤이 훌륭한 숙녀로 성장하는 것을 보며 작가가 알게 된 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꿈과 현실, 그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나는 이 질문에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살면서 어떤 종류의 고통을 참을 것인가.

그것을 결정하는 순간,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다.

무엇을 원한는 건 그것에 따른 고통도 원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이어트를 한다면 배고픔의 고통을 선택해야 하고, 사랑을 하면 연애의 고통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나 고통을 선택하란 이야기는 부정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우리의 미래에 고통이 있다고 해도 , 없다고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살기를 원한다. 근데 먼저 고통을 떠올리고 고통을 선택하라는 말은 조금 기분 나쁘게 들릴 수도 있다.

 

 

결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후배에게 내가 쓴 소설의 문장을 들려준 기억이 있다.

"결혼이란건, 말하자면 앞으로 저 사람이 네게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온갖 고통을 주게 될 텐데, 그 사람이 주는 다양한 고통과 상처를 네가 참아낼 수 있는지, 그런 고통을 참아낼 정도의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를 네가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이 될거야. 살아가는 동안 상처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일이야. 하지만 누가 주는 상처를 견딜 것인가는 최소한 네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선택해야만 해"

 

그러나 조금만 더 책을 읽다보면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게 된다. 인생은 달콤하기만 한것이 아니다. 때론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을 만나야 한다. 나는 참아야 할 일들을 떠올린 적도 떠올리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인생에서 선택은 정말 중요하다. 넘어지지 않고 걸어가려면 우린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

 

나는 우리가 사는  세계의 자유란 실질적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자유'가 아니라 '해야만 할 것 같은 일을 하지 않을 자유'만 있다는 걸 깨달았다. 행복은 완결된 감정이 아니다. 행복이 결과가 아니라 과정 중에 일어나는 일이라면, 그것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우리가 의도적으로 해야 할 것은 '뭔가 하기 위해' 달리는 게 아니라, '뭔가 하지 않기 위해' 때때로 멈춰 서는 것이다.

 

 저자는 더이상 원고를 쓰지 않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하지 않을 자유'를 만끽하며, 행복이 아닌 다행스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나는 이 글에서 내가 왜 여행을 떠나면 행복하지 않은지 그 이유를 알았다. 나에게 여행이란 첫날부터 행복이 줄어들고 돌아오기 전날은 일상보다 더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그건 내 여행이 '하지 않을 자유'가 아니라 '해야만 할 것 같은 일을 하지 않을 자유'였기 때문에 나를 기다리는 해야만 할 것 같은 일들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다.

 

살아보니 앤의 말이 다 맞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앤의 말은 내게 언제나 '간절히!' 맞길 바라는 말이다.

앤의처럼 앞날을 기대하고 계획하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가령 삶을 긴 여행으로 비유한다면

여행이 꼭 계획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더 그렇다.

사랑 역시 그렇다. 헤어짐을 감당해내는 순간,

리는 진짜 사랑을 할 수 있다.

 

 '이 전환점을 돌면 어떤 것이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난 그 뒤엔 가장 좋은 것이 있다고 믿고 싶어요!'

나는 과거도 바뀔 수 있다는 걸 이젠 안다.

과거의 의미는 내가 현재를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따라 변한다.

앤이 내게 들려주고 싶어 했던 가장 희망적인 말 하나를 발견했다.

 

"만약 인생이 딱 한번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면, 당신은 아직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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