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는 힘든일이 있으면 그저 걷는다고 한다. 이 책은 읽고 나도 한동안 퇴근 후 동네를 걸었다. 동기부여는 됐지만, 지속력은 짧았다. 그러나 언제든 가까운 거리는 걷자고 다짐하게 된다. 

연기잘하는 배우 하정우의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데, 생각도 건강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하정우의 국토 대장정, 어짜피 끝에 가서는 아무것도 없다. 

그는 특별한 계기로 친구들과 국토대장정을 나선다. 그리고 당연히 그 끝에 큰 감동과 성취감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수많은 소동과 사건끝에 도착한 그 곳에서 기다린 것은 이상한 무기력과 허무함이었다

며칠간 꼬박 앓듯이 잠을 잤는데, 꿈인듯 아닌듯 본인이 걸었던 길, 동료들과 있었던 추억들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 후 하정우는 사람들에게 밝아졌다는 칭찬을 많이 듣게 되었고, 본인 스스로도 건강한 에너지를 느꼈다고 말한다. 

사람은 나중에는 더 좋아지고 나은 존재가 될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살아가지만, 나이가 들면서 다 부질없는 생각이었다고 뉘우치고 포기하게 된다고 그는 생각한다.  


시간이 지날 수록 나는 길 끝에서 느낀 거대한 허무가 아니라 길 위의 나를 곱씹어보게 되었다. 

그 때 내가 왜 하루하루를 더 즐겁게 걷지 못했을까, 다시 오지 않을 그 소중한 시간에 나는 왜 사람들과 더 웃고 떠들고 농담하며 신나게 즐기지 못했을까, 

어차피 끝에 가서는 결국 아무것도 없을 텐데, 

내 삶도 국토대장정처럼 길 끝에는 결국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인생의 끝이 죽음이라 이름 붙여진 누구도 피해 갈수 없는 무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루하루를 좋은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즐겁게 보내려고 노력하는 것 뿐일 테다. 

                                                                                                                              -p 26 -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이다. 기대하고 목표였던 길 끝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달리는 것보다, 힘들고 어렵고 치열한 하루하루가 더 소중한 시간이란 이야기다.

휴식은 그냥 가만히 누워 있는 것이 아니야

책을 읽다 보면 하정우가 하와이를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휴식을 위해 하와이를 찾은 그는 일주일을 꼬박 앓아 누운적이 있다고 한다. 몸이 좋지 않아서 집에 돌아오려고 했지만, 달라질 것도 없을 듯 하여 조금씩 움직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조금씩 나아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휴식에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아프고 힘들어도 자신을 일으켜 조금씩이라도 움직여야 한다고 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것과 휴식을 취하는 것은 다르다. 나는 휴식을 취하는데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적어도 일할 때처럼 공들여서, 내 몸과 마음을 돌봐야지 않을까?  -p58-



죽을 만큼 힘든 사점을 넘어 계속 걸으면, 결국 다시 삶으로 돌아온다 

죽을 것 같지만 죽지 않는다. 우리는 아직 조금 더 걸을 수 있다. 

언젠가 나의 인생길에서도 사점이 나타날지 모른다. 그때도 나는 하와이에서 10만보를 찍었던 기억으로 아무리 힘들어도 결국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버티고 걸어나갈 것이다.  -p82-

그는 본인만의 걷기 코스를 정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격려하면서 좋아하는 걷기를 한다. 

함께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는 건전한 취미를 가지고 있다. 

하정우 ADHD '가만있지 못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

집중력이 조금 부족한 그에게 혹시 ADHD인 것은 아닐까 귀뜀해준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그 얘기를 듣고 본인과 닮은 점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정우는 현재 배우이자 영화감독, 제작자,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말한다. 이러한 성향에 대해 병원에 가보지 않기로 결심한 그는, 본인은 가만있지 못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받아들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스필버그 등도 이런 성향이 있었다고 한다. 

기분 나쁠수도 있는 누군가의 조언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건강하게 느껴졌다. 

살면서 불행한 일을 맞지 않는 사람은 없다. 결국 그 늪에서 얼만큼 빨리 탈출하느냐, 언제 괜찮아지느냐, 과연 회복할 수 있느냐가 인생의 과제인 것이다. 나는 내가 어떤 상황에서든 지속하는 걷기, 직접 요리해서 밥 먹기 같은 일상의 소소한 행위가 나를 이 늪에서 건져내준다고 믿는다.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 라는의미라고 한다. 나는 기도한다. 내가 앞으로 계속 걸어나가는 사람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한발 더 딛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불행 속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있다. 하정우는 걷기와 소소한 일상으로 그 시간을 이겨낸다고 한다. 

걷는 일에 대한 매력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