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이보영을 좋아하는 이유

이재윤의 고백

 

명절에 우연히 시청하게 된 마더입니다.

아동학대라는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는 무거운 드라마인데요. 그 이면의 따뜻함도 있는 드라마였어요.

주인공 이보영을 좋아하는 의사로 나오는 이재윤의 고백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보영의 집에 초대를 받아서 식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정말 농담이 아니구요. 너무 심각하게 맛있는데요.

식당 하셔야 되는 것 아니예요?

좋아하는 여자의 집에 초대받아서 이정도 멘트는 기본이죠.

저는요. 저희 남편이 회사에서 제일 잘 얻어먹고 다니는 남자였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가 우리 애들 친구 엄마들 중에 제일 요리 잘하는 엄마였으면 좋겠구.

그런 마음으로 매끼니 긴장하면서 새로 밥을 지어요.

 

힘들지 않으세요?

 

학교다닐 땐 언니도 무지하게 해 먹였어요.

근데 언니는 그런거엔 전혀 관심이 없어요.

몰 해줘도 맛있는지 몰라. 음식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조금 얄미운 동생 캐릭터로 전혜진 배우가 나옵니다.

할 줄 아는 거 있어. 너랑 요리 철학이 다른 거 뿐이야...

니 요리 철학이 뭐야?

빨리 간편하게 만드는 거요. 될 수 있는 한 조리를 적게 하는거...

정선생님 제가요.

솔직히 우리 언니에 대해서 제대로 아시는지,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서 초대했어요.

제 주변 의사들 중에는 이런 여자 좋아하는 남자 아무도 없거든요.

쓸데 없는 걱정해주는 동생 전혜진,

 

순진한 우리 언니한테 장난 치시는거 아니죠?

이런 여자가 어떤 여잔데요?

나이들구, 가난하고, 공부밖에 모르는 여자...

완전 얄미운애들이 하는 행동을 선보입니다.

와~ 이진씨 얘기 들으니까 제가 왜 수진씨를 좋아하는지 알겠어요.

저희 아버지는 너무너무 바쁜 동네 소아과 의사셨는데, 누가 부르면 왕진까지 다니시고, 급하면 휴일에도 문 열고 그리고 저희 집이 병원 꼭대기에 있어서 매 끼니를 집에서 드셨어요.

아버진 행복하셨죠. 천직이셨으니까 근데, 어머닌 불행하셨어요.

어머닌 여행 좋아하시고 모험을 하고 싶어하셨는데, 돌아가시기 전에 끝내 소원이었던 세계여행을 못하셨어요.

암진단 받고 너무 억울해서 이혼하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그런 여자를 좋아하나봐요.

살아온 나이가 있고, 가난을 두려워 하지 않고,

자기 인생이 있는 여자

제가 절대 불행하게 만들 수 없는 여자

아하하하하~

정선생, 우리 이진이가 옛날부터 지 언니 좋아하는 남자들 가만 두지 않았거든,

근데 오늘 정선생처럼 이렇게 제대로 받아치는 남자 처음봐요.

 

선생님, 저한테 너무 잘해주시지 마세요.

낭비예요. 지금 상황에선 제가 돌려드릴 수 있는게 없어요.

지금 어떤 상황인데요?

범죄를 저질렀어요. 도망다니는 중이예요.

사람이 다쳤나요?

그런건 아니예요.

감당할 수 있는 일이예요?

해보려고요.

제가 해 줄수 있는 건요?

없어요. 미안해요.

수진씨가 새를 좋아하는 것처럼, 숲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고,

남극 대륙을 좋아하는 것처럼, 저는 차갑고 복잡한 강수진이란 여자를 좋아해요. 그게 다에요.

새를 좋아하고 숲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고, 예쁜 이보영은 매력있는 여자지만, 좋아하기엔 너무 복잡한 여자입니다.

그 상처도 사랑해주는 이재윤은 따뜻한 사람이라 응원하게 됩니다.

자기 인생이 있는 여자, 절대 불행하게 할 수 없는 여자라니 정말 어려운 인생의 목표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복은 누군가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죠. 이런 사실을 가장 잘 아는 배우가 이보영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기도 하고요.

이보영 배우의 책에서 일상의 작은 일들에서 기쁨을 놓치지 않으려는 태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 책을 보고 위로 받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요. 우리가 했던 고민은 사실 다 예전에 누군가가 했던 고민이라고 합니다.

박지현 기자가 여성조선에서 쓴 그녀의 인터뷰 기사에서 한 말도 기억에 남습니다.

"저 또한 결혼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어요. 동화나 영화, 드라마의 해피엔딩은 결혼이잖아요. 직장을 다니다 보면 운명 같은 사랑을 만나서 결혼하게 될 거라는 막연한 꿈을 꾸기도 했어요. 내 남편은 부족한 나를 이끌어주는, 내가 충분히 기댈 수 있는 남자였으면 좋겠다고 바라기도 했죠. 근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래요. 왜 홀로 서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왜 누군가에게 기대어야 인생이 완성된다고 믿었는지..."

그리고 법률 스님은 저서 <스님의 주례사>를 언급했다고 합니다. 상대에게 기대어 외로움을 채우려고 하면 완전한 행복에 이를 수 없다고 그 반쪽을 잃으면 나도 다시 반쪽으로 남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그 말을 통해서 본인 스스로 온전한 사람이 돼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대답했네요.  

예전에 원태연 시인이 무릎팍 도사에 나와서 얘기했던 이보영과의 일화도 기억에 남습니다. 감독으로 이보영과 촬영하다가 의견충돌이 있었던 둘인데요. 술자리에서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자리에서 이보영은 감독님이 실수하나 하셨다고 말했다고 해요. 여배우를 무안주면 어떻하냐고 솔직한 속내를 밝힌 거죠.

같이 일하다 보면 상대가 싫어지고, 감정이 나빠지기도 합니다.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갈등은 커져서 터져 버리더라고요. 솔직한 속내를 말한 이보영도, 인정하고 바로 사과했다는 감독님도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화를 하면서 맥주잔에 소주를 마셨다는 점도 뭔가 쿨하고 멋지더라고요.

1979년생으로 올해 나이 40이 된 이보영 배우, 성숙한 내면 만큼 30대 연기가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들고, 앞으로의 연기는 더욱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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