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정희재 지음

 

이 책은 마음이 심난하고 위로받고 싶은 기분에 고른 책이다. 왠지 나에게 친절한 위로를 전해줄 것만 같았다. 낙담하지 말라거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거나 뻔한 위로도 힘든 순간엔 도움이 된다. 저자가 삶을 살면서 느끼고 깨달은 감정을 전해 받으면서 긍정적이고 성숙한 태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런 좋은 에너지와 달리 다 읽은 후에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책을 펼쳐야 했다. 이 책은 이렇다 저렇다 직접적으로 깨달음을 언급하지도 않는다. 그냥 저자가 인상적이었던 경험을 이야기하고 느낀점을 이야기한다. 작가가 살면서 깨달은 점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인도 스리나가르를 여행할 때 어느 힌두 사원에서 처음으로 아버지의 영혼을 위해 기도한 적이 있었다. 그날 차가운 돌바닥에 엎드리는 순간, 운명이란 내가 선택한 모든것들의 결과물임을 이해했다. 그리고 또 알아차렸다. 내 의지로 그런 환경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고 억울해 할 수 없다는 것을 , 설사 지고한 존재의 선택이었다고 해도, 그런 선택의 배경에는 내 영혼을 위한 배려가 있었을 터였다. 어쩌면 아버지야말로 내게서 오래도록 거절당해 온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자각에 이르면, 인생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진실이 더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겸손하게 두 손을 모을 수 밖에 없었다."

 성장기에 아버지의 관심에서 멀어진 뒤 아버지는 저자를 찾지 않았다고 한다. 아버지의 사랑없이 훌륭히 성장했지만, 미움과 원망이 없을 수 있을까? 그런 운명마저 본인의 선택이고, 영혼을 위한 배려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 글에서 이야기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본인을 더욱 자유롭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선택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밀대 걸레로 닦는데 손에 힘이 팍팍 들어가더라고요.정말 미친 듯이 닦았어요. 구석구석 빈틈없이, 눈에서 불이 날 정도로. 걸레를 빨아서 물기를 짜고 다시 닦는 일에 온통 빠져 있었죠. 어찌나 그 일에 열중했는지 나중에는 눈물이 나더군요. 그거 알아요? 정말 뭔가에 정신을 쏟으면 눈물이 나는 거? 슬퍼서도 아니고 서러워서도 아니고 그냥 눈물이 나요. 화장실이 아니라 딴 세상에 있는 것처럼 가슴이 벅차오르더란 말이죠. 아, 그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내 안에 엄청난 힘이 숨어 있다는 걸 알았다고 할까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한테 감동한 거였어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무슨 일이든."

나는 서바이벌 프로를 좋아한다. 그 안에 담긴 여러 사연에 감동하고 이겨내고 꿈을 향해 나가는 모습이 좋다. 그 안에서 갈등하고 부족한 모습에 괴로워하면서 더 이상 삐뚫어지지 않고 자신을 바로잡는 힘, 꿈 많은 도전자를 보면 감탄 할 때가 있다. 오히려 모두 칭찬하는 착하고 모난 부분없이 나오면서도 원하는 자리를 놓치지 않는 출연자 보다 응원하게 된다. 그리고 어려운 환경에서 노력하는 출연자에게는 눈을 뗄 수가 없다. 가난한데 꿈을 꾸는 것은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장 집안에 도움이 필요한 환경에서 자신의 꿈을 향해 달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큰 용기가 필요할지 짐작할 수 있다. 저자가 여행중에 만난 B씨는 외국에서 일을 해 보고 싶었다고 한다. 지방대 출신에 영어도 잘 못했던 그의 꿈은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게스트 하우스를 시작하려는 교포사업가의 제안에 외국행을 선택했다. 그는 내부공사부터 시작해야 상황에서도 낙담하지 않았다. 그리고 열심히 하는 자신에게 감동했다고 말한다. 저자가 만난 B씨는 영어도 유창하게 구사하는 능력있는 책임자로 성장해 있었다. 그의 사장은 그에게 새로 지을 레저시설의 책임자로 가 달라고 했으며, 그 휴향지는 최고의 규모와 시설로 지을 계획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그 뒤의 그의 모습은 모르지만, 그의 몰입과 열정을 기억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사회에 나온 뒤로 꿈이 없었다. 일은 적성이 아니라 적응이라고 생각했다. 30대가 되어 돌아보니 좀 더 치열하지 못했던 점이 아쉽다. 20대에 좀 더 열정적이고 치열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성취한 것이 없다고 해도 치열하게 달렸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후회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는 멋지고 감동적이다.

"나에게서 받는 사랑이야말로 가장 크고 깊은 사랑이라는 걸 살면서 새록새록 느낀다.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인정받아야 '쓸모'있는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꼭 필요한 존재라는 확신이 있어야 '잘 쓰이는' 삶을 살 수 있다. 그 확신은 자신을 믿고, 재능이 꽃필 시간을 기꺼이 기다려 주는 일부터 시작된다. 이제는 면접장에 들어설 기회가 드문 나이에 이르렀다. 하지만 꽃피는 나무와 마주서거나, 버스나 지하철에서 서로 발을 좁혀 설 때 나는 좀 더 확장된 면접장에 들어선 것임을 안다. 일상의 면접관들이 무엇보다 보고 싶은 것은 스스로를 사랑하는 이의 환한 얼굴이 아닐까. 나에게 불친절한 순간과 마주칠 때마다 나는 면접관이 되어 묻는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어떤 삶을 살고 싶었는가?"

여러 책이 본인을 사랑해 주라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항상 가장 많이 먼저, 오랫동안 많은 책망을 하는 습관을 버리고 반성 후에 나를 위로해주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이 방법도 좋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면접관이 보기에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는 일 말이다. 예전에 서점에 가서 여행책을 보고 싶어 책을 한 권 들고 읽은 기억이 있다. 그 책은 앞부분만 읽어서 모르지만, 자신이 여행 중에 느낀 것을 적은 듯 했다. 나는 여행지를 보고 싶었기에 앞 부분만 읽고 내려놓았다. 그 책 앞 부분에는 그가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었고, 이별 후에 아픔도 이야기한다. 그 후 그 책의 뒷부분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책을 찾기가 어려웠다. 누군가의 경험과 인생을 듣는 것은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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