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 99회를 보고...
카이 처럼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일요일날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복면가왕 재방송을 보게 됐습니다.
가면이 날로 정교하고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면을 쓰고도 출현자들이 미모를 뽐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눈길을 끈 것은 앞에 앉아서 의견을 이야기하는 패널이라고 하나요? 거기서 카이라는 분의 의견이었습니다.
막힘없이 정말 말을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을 정말 배려하며 말한다고나 할까요?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복면 가왕에 이찬혁 군이 나왔습니다. 알고보니 남매대결이었죠. 대결을 펼친 '코끼리 아가씨는 코가 손이래' 이수현 양이 다
음 라운드로 진출하면서 '목이 짧아 슬픈 기린' 이찬혁 군은 이문세님의 소녀를 부르며 정체공개 시간을 갖게 됩니다. 악동뮤지션은 신나는 노래만 있는지 알았는데, 시간과 낙엽이라는 노래를 듣고 정말 좋아하게 되었어요. 이찬혁 군이 다재다능한지는 알았지만 역시 노래를 들을땐 동생 수현씨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런면에서 동생이 가창력에서 주목을 받아서 본인이 노래를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래서 얼굴을 가리고 평가받고 싶었다고 말이죠.
이에 카이 가수는 절대 받쳐주는 서브 보컬이 아니라 둘이 합쳐졌을 때 진정한 하나가 되는 보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늘 우리에게 좋은 음악성으로 좋은 음악을 들려주길 팬의 한 사람으로서 부탁한다고 말입니다. 저는 이보다 적절한 대답이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조금도 과장되지 않고 진실된 선에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기쁘게 해줄 수 있는 말하기는 이런게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가면이 너무 잘 어울리고 곱고 조화롭지 않나요? 고운 자태와 감성 넘치는 목소리로 매력적인 '목표는 혼인신고 줄리엣'이었지만 실력자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노래한 점과 마지막에 실수도 보태서 모두에게 웃음을 주고 말았죠. 패널들은 차이가 많이 났다. 표차이가 엄청 날 수 있다는 농담섞인 의견들을 이야기해서 웃음을 주었어요.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한 임예진씨는 가수가 아니기 때문에 큰 상처는 없을꺼라 생각합니다만 칭찬도 아니었죠.^^
임예진씨의 가창력에서 칭찬하려면 정성스럽게 부른다. 감성이 넘친다. 목소리가 예쁘다 정도로 압축해서 카이 가수의 의견을 궁금해 하며 들었습니다. 이에 카이 가수는 학창시절 노래하라고 하면 줄리엣처럼 어딘가 부족해 보이고 수줍어 보이는 여학생에게 더 눈이 가게 돼 있다. 그 모습이 예쁘고 진실해 보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저는 재치있는 대답에서 살짝 가창력을 놀림받는 임예진씨에게 이보다 적절한 평가를 할 수 있을까... 또 한번 감탄했습니다. 계속 감탄한것은 카이 가수가 잘생기셔서 그런 것일 수도 있어요. 주변에서 줄리엣에게 세레나데 한곡 불러주라고 하는데 멋진 노래 솜씨까지 보여줍니다.
임예진씨도 예쁘고 매력이 많은 분이시지요. 사회자가 마음이 다 풀렸냐고 묻자 "멀었어요."라고 답하는 재치도 겸비하셨더라고요. 어린 시절엔 허세있게 말하고 재미있게 말하고, 진지한 것이 분위기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는 남자로 태어났다면 허세왕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하거든요. 어리고 착한 여자 후배들 앞에서 능숙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만 봐도 말이예요.
근데 나이를 먹을 수록 진실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안에서 재치까지 있다면 좋겠지만, 없다해도 웃기려고 던지는 생트집이나 과장된 칭찬은 오히려 분위기를 망칠 수 있다는 것을 이젠 알고 있으니까 말이예요.
예전에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란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여러가지 사건으로 구설수에 오르기 전입니다만, 제목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영화라서요. 영화는 조금 지루한 느낌도 있고, 남자 주인공의 행동에서 왜 부끄러움은 내 몫인건지 전율하며 보기도 했지만,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정말 기억에 남았었죠.
같은 상황이 반복되며 남자 주인공의 대사나 태도만 달라지는 영화였는데, 처음과 달리 두번째에는 같은 상황에 남자 주인공이 솔직하고 진실하게 말합니다. 태도가 달라도 결과는 같았어요. 그러나 저는 분명히 같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과가 같더라도 돌리고 싶은 일도 있고요. 저도 가끔 허세있고 쿨한척 말을 하고 와서 이불속에서 괴로워 한 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길을 걷다가도 생각나서 "아! 내가 미쳤지." 하고 혼잣말을 하기도 하고 말이예요.
조리있고 재치있지는 못하더라도 진실되게 허세없이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해 봅니다.